황벽스님의 삿갓   2012-12-03 (월) 10:12
선원수좌복…   3,262



어디를 가는지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 황벽스님을
남전스님이 불러 세웠다.

"어디를 가는가?"
 
"나물 다듬으러 갑니다."
 
"무엇으로 다듬는가?"
 
황벽스님이 칼을 번쩍 들어 보여 주었다.
 
남전스님이 말했다.
 
"여러 사람이 나물을 다듬는군."

후일 황벽스님이 떠나던 날이었다.
하직인사를 마친 황벽스님을 남전스님이 배웅하기 위해 따라 나섰다.
문 밖에 이르자 문득 남전스님이 황벽스님의 삿갓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대의 몸은 몹시 큰데, 삿갓은 퍽이나 작구려."

"하지만 大千世界가 몽땅 이 속에 들어 있습니다."

허공을 잡을 수 있는가? 
벽에는 벽이라 쓰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