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혜 스님도 서장에서
“화두를 들고 아침저녁으로 공부한다는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하루도 거르지 말고 날마다 좌선하기를 권한다. 밥을 먹듯 규칙적으로 하루하루 좌선 수행을 하면, 공부에 힘을 얻게 되고 망상이 사라지고 번뇌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설사 화두를 통한 견처가 없다 하더라도 선정의 힘이 쌓이면 마음이 안정되어 삶에 중심이 잡히고 집중력도 향상된다. 또한 망상이 제거되므로 모든 일을 두려움 없이 활기차게 해 나갈 수 있고 창의적인 영감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 나갈 수 있다.
거듭 강조하여 가고 머물며 앉고 눕는 행주좌와의 일상생활에서 화두를 놓치지 말라고 한다. 우리가 밥 먹고 출근하여 사무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로 도(道)와 둘이 아니어야 한다. 즉 일상생활에서도 간단없이 화두를 들 수 있다는 뜻이다. 조용한 곳에서 화두를 드는 힘이 길러진 공부인은 움직일 때나 설거지 할 때, 운전할 때, 차 마시고 밥 먹을 때도 부단히 화두를 들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또는 출퇴근 시간이나 빈 시간을 이용하여 꾸준히 화두를 들다 보면 그 화두에 대한 의정이 생겨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심하게 화두가 들리기 시작한다.
대혜선사는 화두가 일상적 삶 속에서 벌어지는 대상이나 경계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책상 위에서 글이나 문서를 보면서 여유를 가져야 하며, 일을 하면서 사물과 서로 마주칠 때 그것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고요한 곳에 머물면서 망상에 빠지지 않으며, 일을 체득하여 궁구(窮究)함에 잡념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화두를 빈틈없이 지어 가려하다보면 일이 곧 화두며 화두가 곧 일로 자리잡히게 된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화두가 익어서 오이꼭지 떨어지듯 확철대오하는 시절이 올 것이다. 화두를 들다 한 고비를 넘기면 마음이 그저 청량하고 새털처럼 가벼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하루하루 힘차게 정진해 나가길 바란다.
간화선은 일반적으로 보편화 되어진 sati, 마음챙김, 알아차림의 지관수행보다 내밀하고 광대하여 깊고 넓은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화두 수행은 화두와 더불어 전식을 알아차리며 지관쌍운으로 바라보며 법안이 열려 전식득지하여 해탈하는 것, 나아가 무의식까지 투과하고 심의식이 모두 끊어져 구경에 이르러 투탈하여 해탈과 번뇌가 둘이 아닌 중도연기 본래부처의 자리에서 지금 여기, 자리이타 깨달음의 대장부 삶이 전개되는 것이라 하겠다.
진각혜심선사는 말한다.
“교외별전은 근원을 바로 끊어버리는 결정적인 방법이니 마주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점검해야 한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알아차려 활연히 마음이 열리면 대장경의 모든 가르침은 마음에 대한 주석이자 뜨겁게 달아오른 그릇이 끊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만약 한마디 말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시 머리를 굴리며 눈을 치켜뜨고 눈썹을 찌푸리며 이리저리 생각한 끝에 입을 열어 말한다면 이것이 바로 생사의 근본이다. 남들이 지시한 내용이나 스스로 터득한 공부의 결과에 따라 맛을 얻고 소중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들을 가리켜 “문으로 들어온 것은 가문의 보배가 아니다.”라고 부른다.
이러한 소득을 한꺼번에 내려놓고 내려놓을 것이 없다는 생각까지 내려놓으면 밑 빠진 물통에 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는 것과 같이 되어 그 자리에서 바짝 마른 듯이 번뇌가 사라질 것이다. 그런 다음 깨쳐 들어가는 곳이 있게 되는 것이니, 비로소 심의식이 모두 끊어질 것이다. 그러면 곧바로 자기 집의 재물을 풀어 종횡으로 자유롭게 쓰지만 쓰고 또 써도 다함이 없을 것이다. 빛과 그림자에도 얽매이지 않고 가장자리나 극단에 떨어지지도 않으며 정수리에서 밑바닥까지 사무쳐 더 이상 의심이나 장애가 없게 될 것이니, 생사의 바다를 자유자재로 출입하면서 중생을 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 진각국사어록 답최상서(答崔尙書)
